야구
'9번 오지환'에 놀란 수베로 감독, 류지현 감독의 답변은?
"지난 시즌 2루타 41개, 10홈런을 친 유격수를 9번 타자로 배치했다. LG의 선수층이 얼마나 두꺼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21일 대전에서 열린 LG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그가 지목한 LG 유격수는 바로 오지환이다. 그는 우천으로 취소된 전날(20일)에 이어 21일 경기에도 9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수베로 감독의 인터뷰를 전해 들은 류지현 LG 감독은 껄껄 웃었다. 류지현 감독은 올 시즌 오지환을 기본적으로 9번 타순에 배치할 계획이다. "컨디션에 따라 2번 또는 6~7번 기용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밝혔지만 오지환이 9번 타순에 배치될 때 타선의 연결이 가장 좋을 것으로 내다본다. 오지환은 지난해 2번 타자로 가장 많은 373타석에 들어섰고, 그다음으로는 9번 타자로 73번 나섰다. 6번(68타석) 7번(60타석) 타순에도 꽤 배치됐다. 류지현 감독이 오지환의 9번 타순 기용을 우선하는 건 체력을 고려해서다. 유격수는 내·외야수 가운데 가장 수비 부담이 크고, 체력 소모가 큰 포지션으로 여겨진다. 류지현 감독은 "오지환의 체력적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축적된 데이트를 보면 오지환의 힘이 있을 때와 없을 때 타율 차이가 있더라"고 공개했다. 체력적 부담이 없을 때 타격이 더 좋다는 의미다. 9번 타자로 나설 경우 상위 타순보다 돌아오는 타석이 적어, 조금이라도 체력적 부담을 덜 수 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강한 9번 타자'를 완성하기 위해서다. 상위 타순과의 연결을 생각했다. 지난해 LG에서 9번 타자로 가장 많이 나선 이는 타율 0.247(출루율 0.312)의 정주현(선발 92경기)이었다. 류 감독은 "올해엔 강한 9번 타자를 만들려고 한다"며 "팀 톱타자인 홍창기는 출루율이 높은데, 9번 타자가 출루하면 자연스럽게 상위 타순과 연결되면서 타선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출루율 0.362를 기록한 오지환이 출루하면 이천웅·홍창기 등 리드오프는 물론 김현수-로베르토 라모스 등 중심타선으로 찬스가 연결돼 득점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류지현 감독은 하위 타순 방향성도 설명했다. '8번 타자는 포수가 맡는다'는 고정관념에 관계없이 타순을 꾸릴 계획이다. 이날 경기에는 유강남이 7번(포수), 정주현이 8번(2루수) 타순에 배치됐다. 류 감독은 "포수가 (무조건) 8번 타자로 나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야수 엔트리 시뮬레이션 결과 대타 가능 자원이 3명 정도 있다. 7~8번에 찬스가 걸리면 과감하게 교체할 계획도 있다"라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이형석 기자
2021.03.22 06:00